정신병리학
정신병리학은 비정상적 경험, 행동, 인지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이다. 정신병리학에는 환자가 보고하거나 환자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인 경험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범주화하려는 기술 정신병리학과 병리 현상들을 이론적 체계에 따라 설명하려는 설명 정신병리학에 포함된다.
전자는 병명, 증상 등에 대한 연구이고, 후자는 증상이나 병의 원인, 발생기전 등에 대한 연구이다. 여기서 정상과 이상의 개념 또한 건강과 불건강의 개념을 비교 검토해 보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산과 병적인 것을 구별하는 데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정상과 병리가 하나의 연속된 스펙트럼상에 있으며, 그 차이는 양의 과다 또는 강약의 차이일 뿐이다. 즉 질병은 정상적인 기능의 장애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생리적 기능이란 대부분의 경우 병리적 현상을 통해 사후적으로 유추된 것이기 때문에, 병리적 상태는 정상적 상태의 부재로 표현되는 소극적 양태가 아니라 또 다른 적극적 존재 양태라는 것이다. 즉 병리적 상태는 유기체 각자가 감내하고 살아내는 주관적 상태이다. 흔히 우리는 누구에게서나 빈번히 볼 수 있는 행동을 할 때 정상이라 하고, 흔하지 않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할 때 이상이라 하기 쉽다. 그러나 건강하다고 할 때도 그 기준은 실제로 다양하다. 대체로 다음 네 가지 견해가 있다.
보통 상태일 때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무엇이든 극단적이면 비정상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학적 입장에서 정규분포상 다수가 중간에 속하며, 이 상태가 정상적이라고 보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평범한 것을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 개념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규범적 연구를 할 때 사용된다. 병이 없을 때, 즉 정상일 때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병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즉 암이라도 초기일 때는 건강해 보일 수 있다. 이 개념은 질병에 대한 내과적 정신과적인, 즉 전통적인 의학적 개념이다. 이상적인 상태가 건강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인격의 여러 요소 들이 최상의 조화를 이루어 갈등 없이 욕구 만족을 누리는 경우이다. 이 개념은 정신과 의사나 정신 분석가들이 말하는 ‘성공적 치료’의 결과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환자란 것을 의미한다. 과정으로 건강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즉 정신 상태는 늘 변화하는 상태에 있으며 건강과 불건강은 적대적인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한때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과도하지 않은 한 인격 성숙을 위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증상이 없는 경우를 정상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상에 대한 기준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완전한 기준은 될 수 없다. 정상 이상은 상호 비교되는 것이며 정도의 문제이지, 흑백으로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또한 정상 이상의 개념과 건강 불건강의 개념이 반드시 일치되는 것도 아니다. 건강 불건강의 개념은 정상이라든가 이상에서의 비교 개념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보다 본질적인 것으로, 이를테면 있어야 할 것이 제대로 있느냐, 어느 목적에 부합되는 상태인가 같은 가치적이고 기능적인 성질을 띠고 있다. 육체적 건강 상태란 질병에 걸려 있지 않고 일상생활을 충분히 유지해 나가는 상태를 말한다. 마찬가지로 정신적 건강 상태는 일상생활을 독립적, 자주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 있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여 평소 스트레스에 대해 저항력이 있어서 원만한 개인 생활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병적 증상이 없는 경우 정상으로 볼 수 있으나 반드시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실의와 불만, 불행감에 차 있더라도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정상인 속에서 잘 어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 정신보건 위원회의 보고에서는 정신건강은 단지 정신적 질병에 걸려 있지 않은 상태뿐만 아니라 만족스러운 인간관계와 그것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모든 종류의 개인적, 사회적 적응을 포함하며, 어떠한 환경에도 대처할 수 있는 건전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통합된 인격의 발달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한 상태를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안녕 상태가 유지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정신건강은 신체 건강 이상으로 인생에서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즉 심한 정신장애를 가지면 기대수명이 10~20년 짧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흡연에 의한 피해보다 심하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병적인 증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있으며, 자주적이고 건설적으로 자기 생활을 처리해 나갈 수 있는 성숙한 인격체를 갖추고 있다. DSM-5의 정신장애의 개념으로 정신장애는, 개인의 인지, 감정조절, 또는 행동에서 나타나는 임상학상 의미 있는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으로, 정신 기능의 기초가 되는 생물학적, 정신적, 또는 발달과정에서의 기능장애를 반영한다. 정신장애는 대개 사회적, 직업적 또는 기타 중요한 활동에서의 의미 있는 고통과 기능장애와 관련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같은 흔한 스트레스요인 또는 상실에 대한 예측할 수 있거나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반응은 정신장애가 아니며, 또한 사회적으로 변이된 행동(예를 들어 정치적, 종교적, 성적) 및 주로 개인과 사회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개인에서의 기능장애 때문이 아니라면 정신장애가 아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생물 정신 사회적 모델에 따라 크게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정신질환이 단 한 가지 원인으로만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그중에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원인이 있으나, 대개 다른 요인들이 같이 합쳐지거나 누적되었을 때 발병한다. 정신장애는 신체질환에서처럼 단순하게 원인과 결과를 지적하기 어렵다. 또한 원인은 개체 내에 있는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출처는 최신정신의학 제6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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